
정세은 충남대 교수가 2024년 5월22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제5회 사회적 합의를 위한 에너지 정의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겨레 강창광 선임기자
“이명박-박근혜-윤석열로 이어지는 세 번의 보수 정부에서 취약 노동의 증가와 양극화 등 신자유주의적 폐해가 심각하게 자리 잡아 경제가 엉망진창인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이 ‘성장’을 내세웠지만 이전 정부들이 말한 ‘성장’과는 다를 것이라 기대한다. 예상 가능한 공격에 맷집 있게 대응하며 이번에야말로 한국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야 한다.”
12·3 내란 이후 ‘응원봉 광장’의 뜻을 이어받고자 구성된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사회대개혁특별위원회’에서 ‘정의로운 경제와 민생이 안정된 사회’ 소위원회를 맡았던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무역학부)는 새 정부 출범에 안도감, 기대감, 불안감을 이야기했다. 안도감은 ‘윤석열 정부가 끝났다’는 데서, 기대감과 불안감은 ‘이재명 대통령식 개혁’의 가능성에서 온다. 2025년 6월5일 전화 인터뷰로 정 교수에게 새 정부 경제 분야 과제를 물었다.
―내란 이후 경제 문제에 대한 광장의 목소리를 묶어내는 작업을 했다. 어떤 열망을 읽었나.
“우리를 괴롭히는 양극화 문제가 매우 심각한데 그 해법을 찾는 사회대개혁의 계기를 만들고자 광장에 모인 시민들과 경제정책을 같이 만들었다. 실제 광장에서는 양극화, 복지, 차별 없는 세상, 평화 등 진보적 어젠다(의제)가 많이 이야기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주권정부’ 출범을 어떻게 보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기를 다 마쳤다면 얼마나 더 엉망진창인 나라가 됐을까를 생각하면 안도감이 든다. 당선 전 더불어민주당이 광장의 목소리를 이어받겠다는 협약식을 한 만큼 이재명 대통령에 기대감도 있다. 다만 당장 대규모 추경(추가경정예산)부터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이 세게 공격할 텐데 이 대통령이 개혁 과제를 완수할 수 있을지 불안감도 든다.”
―윤석열 정부 3년 동안의 경제정책을 평가하자면.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쭉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해왔다. 이명박, 박근혜, 마지막에 윤석열로 이어지는 세 보수 정부에서 모두 감세를 열심히 했고 신자유주의적 폐해가 심각하게 드러났다. ‘취약 노동’이 늘어 듣도 보도 못한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최근에는 플랫폼 노동과 인공지능(AI) 확산에 의한 새로운 양극화까지 시작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부자 감세를 통한 양극화로 노동 의욕을 떨어뜨리고, 재정지출 축소로 내수 부진을 이끌었으며, 연구개발(R&D) 투자 축소로 수출 경쟁력도 위협받게 했다. 엉망진창인 상태의 경제를 이재명 정부가 받게 됐다.”
―현재 경제 상황은 어떤 수준인가.
“단순히 단기적인 어려움이 아니라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가 첩첩이 쌓인 와중에 윤석열 정부의 감세와 긴축재정 정책으로 내수 부진 문제가 심각해진 상태다. 자영업자들의 구조조정도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고 젊은 엠제트(MZ) 세대는 일할 의욕을 잃고 있다. 외부에서는 관세전쟁에 나선 미국 트럼프 정부 요인 등으로 수출 대응이 어려운데 연구개발 투자 축소로 수출 경쟁력도 떨어졌다. 양쪽 모두 급격히 위축돼 정책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2025년 5월7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골목골목 경청투어:국토종주편’에 나선 2025년 5월7일 전북 임실군 임실시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이재명 대통령이 내놓은 ‘성장 중심' 경제 공약을 어떻게 봤나.
“성장을 내세웠지만 성장을 위해 대기업에 규제완화와 감세를 약속하고 노동을 희생시키려 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는 달랐다고 생각한다. 논란을 피해가면서 실제적 성과를 거두려는 차원이 아닐까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 노동조합법 2·3조 개정, 임금 감소 없는 주 4.5일제를 제시했고 복지 공약도 많았으며 재벌개혁이나 경제민주화를 얘기하지 않으면서도 상법 개정을 약속했다. 인공지능, 위성 산업, 에너지 고속도로 등 국가가 주도해서 공공부문 확대를 통해 투자 판을 까는 것도 중요한 얘기다.”
―경기불황이 극심한 상황에서 새 정부가 탄생했다. 이럴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자산시장을 통해 단기적으로 경기를 일으키고 싶다는 유혹을 느낄 수 있는데 그 경우 후유증이 클 것이다. 가장 쉬운 것이 부동산 경기 부양과 코인·주식 등 자산시장 활성화 아니겠나. 기술 개발을 하고 기업의 펀더멘털(경제 기초 여건) 역량을 키워서 부흥시키는 것이라면 괜찮은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배당소득 ‘부자세’ 폐지와 같은 식이라면 ‘곶감 빼먹기’에 불과하다. ‘코스피 5천’을 이야기해 투기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우려된다. 단기 부양책은 신중히 경계해야 할 일이다. 투기 수요는 잡고, 공급은 늘려주고, 대출 규제는 엄격히 하고, 양도세 등 불로소득은 잘 환수하며 안정적·점진적으로 나가야 한다.”
―한겨레21 취재 결과 청년들은 상속사회에서 ‘계급통’을 겪는다고 말하고 자영업자들은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지난 3년간의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와 각종 자산세 감세를 통해 양극화를 극단으로 밀어붙였다. 지금 한국 사회는 경제적으로 양극화된 상태로 결혼과 출산을 안 하는 문제까지 양극화와 연결돼 있다. 30대 청년의 혼인율은 소득분위와 정확히 일치한다. 서울 강남에 몇십억 아파트를 배경으로 하는 몇백억원대 세습 중산층의 등장은 우리 사회가 자본에 의한 신분제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위기의 상징이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을 되돌리고 자영업자 부채 탕감 등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
―새 정부 취임 100일 과제를 꼽자면.
“초기 인선을 보면 인물들의 개혁 성향이 강해 보이지 않는다. 압도적 당선이 아니어서인지 임기 초반에는 위기관리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이후 개혁 과제를 완수하길 바란다. 응급의료·공공의료 확대, 돌봄 등 복지 강화, 수도권-비수도권 양극화 해소 등 시급한 문제가 많다. 이러한 예산 확대에 저항이 심한 기획재정부의 개혁이 중요하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를 원상복구하는 방식으로 증세해야 하는데, 경기가 부진할 때는 증세해도 세수가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적극적으로 국채를 발행하고 정부가 나서야 하는데, 분명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이 공격하고 가짜뉴스가 난무할 것이다. 재정 건전성을 훼손한다, 효과 없는 지역화폐 정책 한다, 퍼주기 한다 등 예상 가능한 공격에 맷집 있게 대응해나가야 한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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